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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이제 술을 먹으면 반드시 다음 날까지 영향이 미치는 걸 알겠다. 아침에 먹은 양보다 몸이 가볍다고 느겼으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을 가눌수가 없었다. 이런 아침나절 술기운에 일을 한 거다. 술기운이 떨어지니 그제사 온몸이 쥐어짜듯 아프고 비틀거렸다. 이런 ..
집에 돌아와 음악을 듣는다. 제주 사는 폐친이 올린 음악이다. 사실 레드 재플린 노래라고 해서 들었다. 물론 원곡이 재플린 것이나, 노래는 쉐릴 수잔 크로우라는 여성 보컬이 부르고 있다. 62년생의 아름다운 여인이다. 언플러그 콘서트인데 실려있는 곡이 모두 좋다. 음색이 매력적인 ..
토요일 오후 용하 형하고 양구 박수근 미술관에서 오픈한 형근 형의 전시 <시간을 뒹구는 돌>에 다녀왔다. 하루 밤을 머물고 왔다. 그래야 도연 형을 비롯한 지인들 몇몇과 밤새 술을 마시며 지난 썰을 푸는 것이 대분이었다. 새벽에야 끝난 술자리의 피곤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돌아..
쩡쩡 울리며 집에서 얼음 어는 소리가 난다. 그렇게 긴 밤이 깊어가고 아침이면 멀리서 들리는 듯 까마귀 까치가 울어댄다. 창문도 문짝도 집은 온통 얼어 있다. 얼음 속에서 얼음을 깨고 문을 나선다. 집은 차라리 거대한 얼음덩어리다. 얼음 속을 나와 얼음의 도로를 거북처럼 달려 얼음..
백석 詩의 모더니즘 경향 연구 Written by 한승태 1. 들어가면서 우리의 근대문학에 있어, 아직도 활발한 연구가 되지 않는 문인들이 있다. 그 중에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시인 백석도 그렇다. 그의 시에 대한 언급이나 연구는 해방 이전과 1987년 이후에 주로 나타나는데-물론 그도 많지는 않지만-, 이는 그가 在北 시인이었다는데 큰 원인이 있겠다. 물론 1987년 이전에도 아주 간간히 문학사에 몇 줄씩 언급되고 있는데, 당대에는 간혹 모더니즘 시라는 평가와 전통적 서정을 다루는 시인으로 평가가 있었다. 1987년 이후 조금씩 그의 시에 대한 새로운 각도에서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전통사회와 민속적 세계를 즐겨 그린 시인으로 더 많이 평가하고 있다. 그의 시는 1935년 조선일보에 시 를,..
구월의 이틀 류시화 소나무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오전 내내 눈 치우고, 박사마을 사장님 찾아와 점심으로 동종주 한 잔 사셨다. 눈이 오면 사람이 그리운가 보다.
미라보다리 기욤 아뽈리네이르 미라보다리 아래 센강이 흐른다 우리의 사랑을 나는 다시 되새겨야만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왔었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 잡고 얼굴 오래 바라보자 우리들의 팔로 엮은 다리 밑으로 끝없는 시선에 지친 물결이..
어제 겨울 들어 두 번째 대설이 왔다. 참 송이가 굵기도 했다. 어지럽게 난분분 떨어지는 눈을 한참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많이 내려도 서로 엉겨붙지 않았다. 큰놈 작은 놈 그 간격을 잊지 않았다. 문득 돌아보는 내가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혼자 있으면 술 생각이 나지 않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