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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강원도 시인 굽이굽이
들판의 트레일러 / 김개미 당신이 들판에 살면 어떨까 생각하곤 해 나는 치맛자락을 부풀리며 들판을 가지게 되겠지 풀이 마르는 냄새가 옷과 피부와 머리카락에 스밀 거야 당신과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냄새야 당신은 트레일러에서 빛을 끄고 녹슬어가다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연장으로 태어날 거야 당신은 끽끽거리는 트레일러를 흔들며 요리를 하고 고장난 줄도 모르는 나를 오전 내내 수리해 나는 차돌 같은 당신의 희고 큰 치아 밑에서 펴지고 잘라지고 조여지면서 점점 쓸모 있어져 당신이 들판에 살면 어떨까 생각하곤 해 독초와 뱀과 바위가 많았으면 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던 곳도 좋아 그런 곳일수록 진귀한 풀과 나무와 꽃이 가득하니까 당신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해 사람 좋아하는 사람은 사람 좋아..
겹겹이 시를 쓰는 시인들
2021. 11. 2.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