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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에르

바람분교장 2012. 12. 4. 22:03

미라보다리 
          기욤 아뽈리네이르

 

 

미라보다리 아래 센강이 흐른다

우리의 사랑을 나는 다시

되새겨야만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왔었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 잡고 얼굴 오래 바라보자

우리들의 팔로 엮은

다리 밑으로

끝없는 시선에 지친 물결이야 흐르건 말건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가버린다 이 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이처럼 삶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을 난폭한 것인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른다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 가고 나는 남는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 혹은 사랑을 얘기할 때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을 믿습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지요. 그러나 사랑의 영속성은 시간이라는 괴물 앞에 항상 우리를 발가벗겨 던져놓습니다. 그래서 영원할 것만 같던ㅁ 사랑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앞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매번 믿고, 희망을 품기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희망이 없다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겠지요. 사랑이 변한다는 걸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어떤 종교에서는 그걸 인정해야 번민이 사라진다고도 말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괴로움이 생긴다는 겁니다. 나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변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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