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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선물 김언희 선물을 받는다 장갑이네 보랏빛 가죽 장갑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가족, 물개 좆으로 만든다는 생로랑 장갑 속을 들여다본다 이것은屍姦같다이것은獸姦같다이것은劫姦같다 뒵혀질로둔갑한이것은모종의협잡같다 손가락을찔러넣어서라도 세워라, 나를! 촉촉한 물개 가죽은..
봉준호의 을 보고 한승태 영화 기생충을 아내와 보았다. 불편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건 영화를 긍정할 때 자신에게 향하는 칼날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누가 기생충인가? 하는 질문을 받기 때문이다. 정상이면 누구든 기생충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의 꼬락서니(꼬라지)를 좀 보자. 이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의 꼬락서니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영화 은 지금 당대의 우리 꼬락서니를 보라고 한다. 누구나 기생충이면서 아니기도 하다. 누군가 내게 질문한다면 아니라고 나는 기생충이 아니라고 그리고 사람에게 그런 기생충이라는 걸 누구도 명명해서도 안 되고 강변하겠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정말 당당할까, 하는 지점은 반성의 지점이기도 하지만, 분노의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속 미장센이야 연극적 장치..
봄비 흰 사기요강에 부서지는 별빛과 가랑이 벌린 山할미 엉덩이 아래는 천개의 봉우리와 천개의 골짜기 아이를 비워낸 자리엔 소쩍새 울음 닮은 삼백예순날 산 주름만 남아 주름이 주름을 불러 한숨을 만들고 가없는 넓이로 눈앞에 막막히 펼쳐져 올 때 일월성신은 뒤치다꺼리로 일만 년째 하늘을 돌고 또 돌아도 늘어진 저 배는 쉬는 중인지 부푸는 것인지 서리는 해마다 내리고 내려 버캐처럼 쌓이고 쇠리쇠리한 햇발에 주름이 접혀서 길을 걸으면 뒷덜미가 따뜻해지고 웃음도 따라오는 것이다 내 몸주는 맹인의 욕망이 깃든 햇살일지니 할머니, 하고 부르면 산은 오줌소태마냥 쬐금쬐금 되물으며 내 배꼽으로 스며들어, 골짜기가 숨겨둔 항아리란 항아리 죄다 갑자기 간장 달이는 냄새를 진하게 날리고 神들은 내 안으로 마구 들어차는 것이다..
오늘은 애니메이션과 문학의 관계에 대해 소개합니다. 이 내용은 도서 <#아니마>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 하면 사람들은 월트 디즈니를 떠올립니다. 애니메이션이 지금의 산업으로 발전하는데 디즈니는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는 무엇이 관객들을 흥분시키..
미술계에서 뒤샹을 비판하는 것은 금기에 가까워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재외화가 이우환은 현대문학의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현대미술의 대부와 같은 존재이자 압도적인 지지와 영향력을 지닌 거인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회화든 조각이든 철저히 신격화되..
겹 김안 모든 끔찍한 일들이 한 사람만의 탓인 것처럼 우리가 보아야만 했던 그 모든 비극과 단순과 비참들이, 그리고 일상을 나누던 이 방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도 싸우는 이유조차도 죽이고 싶도록 죽고 싶도록 한 사람만의 탓인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말보다 빠르게 단죄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감독 : 유아사 마사아키 원작 : 모리미 토미히코 제작사 : 사이언스 사루 외 배급 : 토호 / 미디어캐슬 인생에서 경구만큼 쓸데없는 건 없다. 그건 노인들이 젊어서 경험을 과장하여 새로운 젊은이의 무모한 모험을 막고 노인들의 통제 아래서 성공을 가르치기 위한 처세술일 뿐이다. 그건 노인의 인생이고 남의 인생이다. 젊은이의 인생이 아니다. 각자의 젊음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을 뿐이다. 설령 그것이 무모하여 인생을 망친다 하더라도 말이다. 누군가 가르치는 인생이 아닌 직접 자신의 모험으로 인생을 알아야 한다는 애니메이션 한 편이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이며 인생이 덧없다는 이백이라는 노인은 검은 머리 아가씨와 벌이는 가짜 덴키브란이란 술 시합에서 말한다. 살만큼 ..
우리나라의 만우절 야구장에 들어가 관중에게 선거유세를 하던 토착왜구 전 법무부 장관 출신이란 자는 선거법을 몰랐고, 선관위 문의 결과 경기장 안에서 유세를 해도 된다고 들었다고 변명했다. 국가적인 거짓말이다. 그럼 토착왜구는 왜 뻔뻔한 거짓말을 했을까? 그건 연구 과제다. ..
시가 스승이다 박용하 “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안식/사랑한다고 너의 손을 잡을 때/열 손가락에 걸리는 존재의 쓸쓸함/거기서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지/내려서 적셔 주는 가여운 평화”(최승자, 「사랑하는 손」), “내 살아 있는 어느 날 어느 길 어느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