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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오늘 나는 산책을 했다... 오늘 나는 내 동료와 산책을 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나는 내 동료와 산책을 했다 꽃이 피어난 나무들이 아름다웠다, 그가 죽던 날 눈 흩날렸던 밤나무들. 내 동료와 함께 나는 산책을 했다. 오래전 부모님은 장례식에 당신들만 가셨다 나 자신이 어린애처럼 느..
망상대리인 탱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언더독 소중한 날의 꿈 인생(김준기) 아빠가 필요해 붉은 돼지와 바람이 분다 비교분석 Super robots anni 80 유투브 <탱고> 기계적 반복은 산업 시대 이후의 미학이다. 그럼에도 산업시대에 발명된 오락물인 필름의 내용적 미덕은 ‘반복’과는 ..
사치奢侈 낮잠 자고 일요일 오후를 빈둥거렸다 초등생 딸이 요리책 펴고 반죽을 주무르자 서서히 노을은 창으로 들어와 거실에 가득 찼다 책을 뒤적이고 채널을 돌리다 음악을 바꾸고 저녁 곁을 지키며 나는 괜히 서성거렸다 일주일을 한 달을 무엇을 바라 달려왔던가 기억해주지 않는 ..
잠에 들다 세상 소리 다 듣는 천수관음千手觀音의 촛불 유리창마다 그 여리고 긴 손가락들 걱정이란 걱정 몸에 다 들이고 오히려 중심은 텅 비어 아스팔트에서 피뢰침 너머 구름까지 소리를 울려 하늘을 둥글게 감싸 안는 범종 오랜 예언 끝에 서서히 움직이는 당신 물방울 오시네 호령..
탑골 공원 근대가 남긴 최초의 고아라지 파고다 공원이 들어서고도 백년쯤 日光이 만세 하듯 급하게 지구를 돌리고 맥고모자에 양복이 낯설었던 팔각정 울분도 볕도 간데없고 햇살만 남아 거대한 유리관 속 원각사 탑 주인 잃은 종처럼 넋 놓고 서서 아름다운 기와집이 있고 옥신(屋身)에..
와우(蝸牛) 일 만년의 시간을 끌고 나와 충분히 미련할 줄 알고 대지의 연한 입술만 더듬는 그를 때를 기다려 밭가는 맨발의 황소 라고 부르자, 농경민족의 기억 속에만 무럭무럭 자라나는 햇살가시나무처럼 바람의 워낭소리 낭자하고 온통 무료의 양식으로만 자라는 이파리 뒤에 숨어 구..
짝사랑 풀벌레가 운다고 내가 넘어가나봐라 황금빛 나뭇잎이 노래한다고 내가 넘어가나봐라 거부하면서 너는 탄생한다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라 만차의 기사 돈 키호테! 농부의 딸을 사랑하기로 작정하였듯 나도 그대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야 할까보다 기사도를 위해 그대는 공주가 ..
초록 풀꽃처럼 고개를 들어 태양을 보아라 나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밝고 거기서 출발하리라 대지만 편애하여 어깨를 좁히진 않으리 물오르는 겨울나무가 펼치는 나무초리 끝 이제 막 바람이 간질이고 가는 새싹 그 첫 울음부터 대지를 움켜쥘수록 더 높이 가지를 뻗어 올리는 몸 안에 ..
가물 일렁이는 물결에 여보, 라고 기대 본 적이 있다 당신 물살과 눕고 싶었으나 연줄마냥 팽팽했다 당신의 등에 가 닿으면 썰물은 저만치 달아났다 당신에게 등 돌려 누우면 밀물은 눈동자에 차기 시작했다 빗방울 흐르고 눈물방울 흘러 땀방울에 가뭇없고 쌓여가는 부채는 뱃살로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