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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김언희

바람분교장 2019. 7. 15. 13:48

선물

 

김언희

 

 

선물을 받는다

장갑이네

 

보랏빛 가죽 장갑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가족, 물개 좆으로 만든다는 생로랑

 

장갑 속을 들여다본다

 

이것은屍姦같다이것은獸姦같다이것은劫姦같다

뒵혀질로둔갑한이것은모종의협잡같다

손가락을찔러넣어서라도

 

세워라, 나를!

 

촉촉한 물개 가죽은 살에 착 감기고 장갑은 손가락들을

흠신 빨아들인다 입처럼

항문처럼

 

죽은 물개의 입에

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너는,

 

죽은 물개의 항문에

손가락을 찔러 넣은 채 살게 될 거다

 

다시 죽을 수 없게 된 물개 열 마리가 열 손가락을 쪽쪽

빨아댈 거다 너는

 

쭉쭉 빨리 거다 골수가 녹아내리고 창자가 녹아내리고 뼈마디가

녹아내릴 거다 너는 이 장갑을 영영

 

벗을 수 없을 거다

 

구멍 속의 손가락들은 이미 구멍의 것

이미 질척거리고

 

산 채 벗겨져 더 질 좋은 생가죽 장갑이

말씬말씬 꺾어본다

열 손가락

 

마디마디를



2019년 7월호 현대문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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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선물일까? 문명의 선물인가!

이 선물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대 삶의 낙인과 같다.

상품의 섹슈어리티는 그렇게 신선한 건 아니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를 그리는데 효과적이다. 온몸을 감싼 자본의 구속복을 우리는 스스로 벗을 수가 없다. 그게 지금의 우리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