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546)
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자작나무 뱀파이어 박정대 그리움이 이빨처럼 자라난다 시간은 빨래집게에 집혀 짐승처럼 울부짖고 바다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별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들의 상처, 눈물보다 더 깊게 빛난다, 聖所 별들의 운하가 끝나는 곳 그곳을 지나 이빨을 박을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
선우사(膳友辭) ㅡ 함주시초(咸州詩抄) 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 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 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
모란 동백 작시 / 작곡 :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의 버꾸기 울 ~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녁..
세상의 간교한 재주 틀이 있어도 마음대로 고치고 먹줄 두고 굽은 길 따라 가나니 뜻 맞추려고 다투는 일 뿐이어라. 내 우울한 심사 넋 잃고 선 채 곤궁한 때를 혼자 사나니. 이제 곧 죽어서 자취 없어도 어이하여 그럴 수 있겠느뇨. 매가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 않음은 예로부터 정해진 일이어라. 어이..
미인 - Y여사에게 김수영 미인을 보고 좋다고들 하지만 미인은 자기 얼굴이 싫을 거야 그렇지 않고야 미인일까 미인이면 미인일수록 그럴 것이니 미인과 앉은 방에선 무심코 땋놓는 방문이나 창문이 담배연기만 내보내려는 것은 아니렷다 < 1967. 12 > --------------------------------------- 이 시와 관련하여 ..
지나가는 어느 여인에게 샤를르 보들레르 / 윤영애 역 거리는 내 주위에서 귀 아프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큰 키에 날씬한 한 여인이 상복을 차려입고 화사한 한 손으로 가에 꽃무늬가 장식된 치맛자락 치켜 흔들며 장중한 고통에 앃여 지나갔다; 그녀는 조각상 같은 다리하며 민첨하고..
이별이 오면 문태준 이별이 오면 누구든 나에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후련하게 들려주었으면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면서 바지락과 바지락을 맞비벼 치대듯이 우악스럽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들려주었으면 그러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틀어막고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겠지..
포옹 박용하 희미한 어둠 속 계단에 서서 그대 등 뒤로 손을 까지 껴서 이승을 불밝히고 심장 저 멀리 낮게 엎드린 눈물 그대 머리카락 적시러 지상으로 온다. 2010.1.1 ---------- 용하 형으로부터 연하장이 왔다. 새해 들어 무지하게, 아니 무지막지하게 추운 날이었다. 아마도 먼산이 보이지 않고 코 앞만 ..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