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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어느 여인에게 본문
지나가는 어느 여인에게
샤를르 보들레르 / 윤영애 역
거리는 내 주위에서 귀 아프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큰 키에 날씬한 한 여인이 상복을 차려입고
화사한 한 손으로 가에 꽃무늬가 장식된
치맛자락 치켜 흔들며 장중한 고통에 앃여 지나갔다;
그녀는 조각상 같은 다리하며 민첨하고 고상하다.
나는 마셨다, 넋 나간 사람처럼 몸을 떨며,
태풍 품은 납빛 하늘 같은 그녀 눈 속에서
매혹적인 감미로움과 목숨 앗아갈 듯한 즐거움을.
한 줄기 번갯불 .....그리고 어둠! ----그 눈 빛이
순식간에 나를 되살리고 사라져버린 미인이여,
영원 속이 아니라면 그대를 다시 볼 수 없는가?
여기서 멀리 떨어진 저승에서나! 너무 늦었다! 결코 못 만나리!
그대 사라진 곳 내가 모르고, 내가 간 곳 그대 모르니,
오 나는 그대를 사랑했을 터인데, 오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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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는 운명성이 담겨 있다. 한 줄기 번개 같은 찰라가 있고, 그 찰라에 뒤집어 지는 운명의 속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본다. 여기에서 중요한 동사가 아마도 '지나간다'와 '바라본다'일 것이다. 여기서 지나간다는 찰라이며, 바라본다는 지금 여기서 그 찰라의 순간을 보내는 자의 바라봄 일 것이다. 그것은 수 많은 가능성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미인이란 그런 것이다. 모르는 여인이며, 찰라의 순간 바뀌는 것이며, 그렇다고 덧없는 것은 아니다. 미인이 환기시키는 감각은 붙잡아 둘 수는 없는 것인가!
김수영의 미인이 생각난다. 그에게 미인은 자본을 떠올리게 한 것인데, 그는 이미 알고 지내는 한 여인에게서 그것은 본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과 시인이 문을 열어놓은 까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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