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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뱀파이어 / 박정대 본문

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자작나무 뱀파이어 / 박정대

바람분교장 2010. 3. 27. 13:54

자작나무 뱀파이어

 

                 박정대

 

그리움이 이빨처럼 자라난다

시간은 빨래집게에 집혀 짐승처럼 울부짖고

바다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별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들의 상처,

눈물보다 더 깊게 빛난다, 聖所

별들의 운하가 끝나는 곳

그곳을 지나 이빨을 박을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차갑고 딱딱한 공기가

나는 좋다, 어두운 밤이 오면

내 영혼은 자작나무의 육체로 환생한다

내 영혼의 살결을 부벼대는

싸늘한 겨울 바람이 나는 좋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욕망이 고드름처럼 익어간다

눈에 덮인 깊은 산속, 밤새 눈길을 걸어서라도

뿌리채 너에게로 갈 테다

그러나 네 몸의 숲속에는

아직 내가 대적할 수 없는

무서운 짐승이 산다

 

 

박정대 시집 <내 청춘의 결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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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는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시적 분위기를 창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좋은 말인지 누가 될 말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이 시대가 시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시적 분위기를 잃어버린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시적 전략은 시적 분위기의 창조에 전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소재가 혁명가, 체 게바라, 무협지의, 무협 영화의 검객, 음악, 그리고 비밀 통신이라는 지금은 스러져가고 영화에서는 회고할 듯한 분위기를 현재에 살려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조금쯤 물러서 있는 것으로 보이나, 여기서도 그의 전략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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