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혼잣말 (182)
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불티 신미나 장남이 미쳐 돌아왔다 때리면 정신이 든다는 무당 말을 듣고 아비는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렸다 울음소리 담을 넘으면 풋감이 익지도 않고 떨어지고 새끼줄 들고 산으로 간 아들은 목을 맸다 철부지들은 소머리 삶는 냄새 즐거워 떼지어 다니고 노인들은 참나무 가지를 던..
산을 넘는 여자 허연 한 사람이 주저앉은 모습을 본다는 것. 비가 왔다는 것. 새벽 육교 밑이었다는 것. 내 피가 빗물에 쓸려 가는 걸 바라보며 내가 걸었다는 것. 내가 넘은 것이 아마도 산이었다는 것. 나는 돌아왔다. 죽지 않고 산을 넘는 여자를 보기 위해. 그 여자가 갇힌 채 발을 구르..
“자의식은 사물에 대한 의식의 결과로 명백하게 인간에게만 주어진다. 그러나 자아감은 필연적으로 그 감정을 느끼는 자가 불연속성 속에 갇혀 고립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고립은 객관적 불연속성이 용이한 정도에 비례하고, 연속성이 가능한 정도에 반비례하여, 커지기..
Elle est debout sur mes paupières Et ses cheveux sont dans les miens, Elle a la forme de mes mains, Elle a la couleur de mes yeux, Elle s'engloutit dans mon ombre Comme une pierre sur le ciel. Elle a toujours les yeux ouverts Et ne me laisse pas dormir. Ses rêves en pleine lumière Font s'évaporer les soleils Me font rire, pleurer et rire, Parler sans avoir rien à dir..
모퉁이 (Curve) - 폴 엘뤼아르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Le Tournant - Paul Eluard J'espere Ce qui m'est interdit 이경순 번역 ---------------------------------- 자유 (Liberte) - 폴 엘뤼아르 초등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
높다란 해안절벽 사이에 숨어 있는 심곡은 그 옛날 전쟁이 났는지도 몰랐다는, 깊고 깊은 산속의 오지가 아니라 넓고 넓은 바닷가에 붙은 또다른 오지였던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아마 강릉 사람들 중에서도 심곡을 모르는 이가 많았을 게 분명했다. 북쪽에서 내려오면 정동진에서 걸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들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파아란 하늘이 보이곤 했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에선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그래서 난 그만 멋 부릴 기회를 잃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김유정, 내가 사는 동네의 선배작가시다. 그런 연고로 2002년 문학촌 개관 전시기획를 했다. 자료를 수집하고 작품을 연구하고 어떻게 김유정을 소개할까. 고민했었다. 김유정은 1930년대 당시 유민들을 그려냈다. 수탈때문에 농토에서 내몰린 농민들이 도시로 흘러드는 과정을 그려내었다...
이방인 똑바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마흔 살 나는 전형 엉뚱한 곳에 와 있었다 엉뚱한 곳에서 이방인의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통역해주지 않았다 왈가왈부 나는 거기서 한참 멀리 걸어왔는데, 너는 어제의 나와 이야기를 하는구나, 나는 거기서도 한참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