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김도연_강릉바다 본문

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김도연_강릉바다

바람분교장 2018. 11. 22. 17:10

높다란 해안절벽 사이에 숨어 있는 심곡은 그 옛날 전쟁이 났는지도 몰랐다는, 깊고 깊은 산속의 오지가 아니라 넓고 넓은 바닷가에 붙은 또다른 오지였던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아마 강릉 사람들 중에서도 심곡을 모르는 이가 많았을 게 분명했다. 북쪽에서 내려오면 정동진에서 걸음을 되돌리고 남쪽에서 올라오면 금진항에서 뒤돌아서는 곳, 그곳이 심곡이었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영동선 기차도 어쩌지 못하고 깊고 신 굴속으로 빠져나가야만 하는곳, 그곳의 또다른 이름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나는 파도가 부서져 메밀꽃을 피우는, 바다의 아흔아홉 고갯길 같은 헌화로의 어는 굽이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심곳에 갈 때마다나는 늘 어느 길로 갈 것인지 고민한다.


-김도연_강릉바다 중에서


동해바다도 아니고 왜 강릉바다일까? 생각해보면 동해바다보다는 좀더 구체적인 강릉바다가 작가와 피가 통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얘기들이 또 이 책을 넘기고 있다. 구석구석 오지를 달린 작가의 글을 읽다가 오지의 유전자가 박힌 내게도 심곡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산속의 오지가 아닌 바다의 오지라서 말이다. 가보지 않은 곳은 가야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