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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짝사랑 풀벌레가 운다고 내가 넘어가나봐라 황금빛 나뭇잎이 노래한다고 내가 넘어가나봐라 거부하면서 너는 탄생한다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라 만차의 기사 돈 키호테! 농부의 딸을 사랑하기로 작정하였듯 나도 그대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야 할까보다 기사도를 위해 그대는 공주가 ..
이장(移葬) 한 여름 윤달이 뜨고 한 가지에서 뻗어나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저승과 이승을 가로질러 상남(上南)의 산골에서 내려오신 할아버지와 내린천 골짜기에서 나오신 작은할머니 城南의 시립묘지에서 오신 큰아버지 내외분 제일 가까운 해안의 뒷골목에서 유골 대신 몇 가..
바람분교 조롱고개 넘어 샛말 내린천에 몸 섞는 방동약수 건너 쉬엄쉬엄 쇠나드리 바람분교 노는 아이 하나 없는 하루 종일 운동장엔 책 읽는 소녀 혼자 고적하다 아이들보다 웃자란 망초꽃이 새들을 불러 모아 와, 하고 몰려다녀도 석고의 책장은 넘어가지 않는다 딱딱한 글자를 삼키려..
11월은 신춘문예철이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이때면 문 닫아걸고 한 칼을 벼리는 이들이 있다. 이제는 아득해보인다. 1991년 군대를 제대하고 군 시절 경험을 시로 써 응모하였다. 그게 용케도 당선되었단 소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들었다. 열차에서 군용열차 뒤로 풍경이 달린다 기차..
다시 겨울이 오고 저 남쪽 나라에서는 지나는 새들이 병원균을 퍼트리고 있다는 뉴스가 올라오지. 2011년 겨울 난 인간의 빙하기가 다시 오는 줄 알았다. 죽음이 벌판을 바람처럼 쏘다녔다. 숨 쉬기도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나와 마을 한파와 소독약으로 온통 회칠한 골짜기 마을 조류독감..
춘배 성의 바람분교 졸업식 기념 선물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워주셨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고전주의 회화이다. 또한 내가 지향해야 할 그 무엇이 담겨 있으니 낭만주의 회화도 되겠다. 고마워요. 성님
달맞이 꽃 - 예이츠에게 북두성도 너무 더워 밤늦은 개울가에 몸 씻으러 내려올 때 나 들꽃 만발한 개울가로 내려갔지 더위보다 비탈진 내 청춘의 울혈 멈추지 않아 상여막 아래서 웃통을 벗어젖히고 짐짓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댔지 멀리서만 반짝이던 반딧불이 놀라 부산히 날아오르고 ..
금낭화 유월 한낮 어린 딸을 데리고 옛 마을의 山寺로 산책 간다 경내 스피커에선 목탁소리 대신 녹음한 부처 말씀만 또랑또랑 흘러나오고 사천왕 대신 개 두 마리 배 내놓고 낮잠 잔다 햇살은 화엄경 마냥 저리 넓어서 설법 위로 떠도는 자벌레가 무량한 햇살의 반죽을 펴놓고 주무른다 ..
봄비 한승태 흰 사기요강에 부서지는 별빛과 가랑이 벌린 山할미 엉덩이 아래는 천개의 봉우리와 천개의 골짜기 아이를 비워낸 자리엔 소쩍새 울음 닮은 삼백예순날 산 주름만 남아 주름이 주름을 불러 한숨을 만들고 한숨 차곡차곡 접혀서 가없는 넓이로 눈앞에 막막하게 펼쳐져 올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