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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봄비 / 한승태

바람분교장 2012. 4. 14. 15:19

 


                  한승태


흰 사기요강에 부서지는 별빛과

가랑이 벌린 山할미 엉덩이 아래는

천개의 봉우리와 천개의 골짜기 

아이를 비워낸 자리엔 소쩍새 울음 닮은

삼백예순날 산 주름만 남아

주름이 주름을 불러 한숨을 만들고

한숨 차곡차곡 접혀서 가없는 넓이로

눈앞에 막막하게 펼쳐져 올 때 

뒤치다꺼리로 일월성신은

일만 년 하늘을 돌고도 아직 모자라

서리는 해마다 내리고 내려 버캐처럼 쌓여도

늘어진 저 배는 쉬는 중인지 부푸는 것인지

쇠리쇠리한 햇발에 주름이 접혀서

길을 걸으면 뒷덜미가 따뜻해지고

웃음도 따라오는 것이다 내 몸주는

맹인의 욕망이 깃든 햇살일지니

할머니, 하고 부르면 산은

오줌소태마냥 쬐금쬐금 되물으며 

내 배꼽으로 스며들어, 골짜기가 숨겨둔

항아리란 항아리 죄다 갑자기

간장 달이는 냄새를 진하게 날리고

神들은 내 안으로 마구 들어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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