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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아주 오랜 산책/한승태

바람분교장 2008. 11. 26. 20:41

아주 오랜 산책  

        

                      한 승 태

 

 


몇 차례의 건널목을 건너고

또 몇 번의 교차로에서 망설였던가


강 저쪽은 동굴처럼 검은 아스팔트 바퀴들만 바쁘고

모든 인연의 다리가 끊긴 사내는

이쪽 강변의 무성한 풀포기와 앉는다 가끔은

강 건너오는 경적에 얇은 귀가 쓰러지고

허한 시선을 바람의 혀가 핥기도 한다


서산으로 뉘엿뉘엿 실핏줄이 풀어지고

넓은 강가에 와 비로소 잔잔해지는 물결 위로

날개 밑 바람을 감아 안으며

전쟁이 용서한 유적, 교각만 남은 옛 다리로

철새들은 내려앉는다


모든 저녁의 길들은 歸家를 재촉하지만

느릿느릿 꿈꾸듯 건너오는 안개만이

저 상처의 교각 위에 다리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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