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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 /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장 2017. 12. 6. 15:43

11월은 신춘문예철이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이때면 문 닫아걸고 한 칼을 벼리는 이들이 있다. 이제는 아득해보인다. 1991년 군대를 제대하고 군 시절 경험을 시로 써 응모하였다. 그게 용케도 당선되었단 소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들었다.



열차에서



군용열차 뒤로 풍경이 달린다 
기차 속의 나는 풍경처럼 너를 
생각한다 너무 쉽게 해버린 말을 
강촌 출렁다리 아래 물결을 푸른 군복을 
심지어는 손톱이 자라고 때가 낀 것까지도 
의문이 간다 왜일까? 
너와 이야길 하며 왠지 불안하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길 피하며 
하릴없이 웃음만 흘리고 
네 얼굴을 피해 땅거밀 잡고 
돌멩이가 새삼스럽다는 듯 만져보고 
무엇일까? 네 얼굴을 보면


다가갈수록 뒤로만 뒤로만 달리는 풍경


무량한 햇살만 천지에 가득하고 
너의 더운 가슴속을 
열차가 거미줄처럼 달리고 
변명하듯 너의 얼굴을 훔쳐보며 
또 다시 바보 같은 웃음만 흘리고 
목울대를 삼켜내던 말들의 새김질이 
기적소릴 들으며 뚝 뚝 끊어지고 
나는
나를 의심한다



한승태 시집<바람분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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