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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금낭화/한승태

바람분교장 2012. 11. 10. 00:13

 

금낭화  

 

                

 

 

유월 한낮 어린 딸을 데리고

옛 마을의 山寺로 산책 간다

 

경내 스피커에선 목탁소리 대신

녹음한 부처 말씀만 또랑또랑 흘러나오고

사천왕 대신

개 두 마리 배 내놓고 낮잠 잔다

 

햇살은 화엄경 마냥 저리 넓어서

설법 위로 떠도는 자벌레가

무량한 햇살의 반죽을 펴놓고 주무른다

 

테이프가 멎고 뒤집히는 순간,

 

거기서 일체가 지겨운 듯 걸어 나와

귀가 들은 세상을 눈이 토해놓는다

 

저 무료한 세상 종소리 

이 한 몸에 들어와

세상 밖으로 끌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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