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로베르 데스노스 / 오늘 나는산책을 했다 본문
오늘 나는 산책을 했다...
오늘 나는 내 동료와 산책을 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나는 내 동료와 산책을 했다
꽃이 피어난 나무들이 아름다웠다,
그가 죽던 날 눈 흩날렸던 밤나무들.
내 동료와 함께 나는 산책을 했다.
오래전 부모님은
장례식에 당신들만 가셨다
나 자신이 어린애처럼 느껴졌었다.
지금 나는 적다고 할 수 없는 망자들을 안다,
나는 장의사들도 많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근처에는 다가가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오늘 하루 종일
나는 내 친구와 산책을 했다.
그는 내가 조금 더 늙었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조금 더 늙었다고, 게다가 그는 내게 말했다:
어느 일요일이나 어느 토요일
자네도 또한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될 거야,
나는 그때, 꽃이 활짝 핀 나무들을, 저 다리 아래로
흐르고 있는 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 듯 내가 혼자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나는 사람들 사이로 되돌아왔다.
로베르 데스노스의 <알 수 없는 여인에게> 중에서/ 번역 : 조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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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와 산책을 했을까?
나는 산책을 하며, 꽃을 보며, 흐르는 강물을 보며
내 곁을 떠나간 수 많은 망자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내게 오늘 같이 가자고 권한다.
하루 하루 조금씩 그들과 친해진다.
활짝 핀 꽃이나 흐르는 강물이 상기시키는 시간은
내게 좀더 사람들과 서이좋게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