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혼잣말 (181)
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네 개의 달과 한 그루 외로운 나무의 밤, 한 외로운 그림자 그리고 한 마리 외로운 새. 나는 내 살 속에서 그대의 입술 자국을 찾는다. 닿지 않고 샘물이 바람에 키스한다. 나는 내 손 속에 그대가 나한테 준 'NO'를 쥐고 있다. 거의 하얀 밀랍 레몬 같은. 네 개의 달과 한 그루 외로운 나무, 핀 끝에서 내 사..
로르카의 시집 강의 백일몽을 읽고 있다. 야릇한 감각이 느껴진다. 관능적이면서도 미세한 감각들이 서로에게 화답하는 묘한 느낌이랄까, 아주 작은 감각적, 혹은 역사적 편린을 가지고 한 편의 시로 구성해 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해야 하나. 네 노새 마부 노새를 가지고 들로 나가는 사내 네 사..
강의 백일몽 정현종 번역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그 영상들을 남긴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우리한테 바람을 남겨놓는다. 태양아래 모든 것에 바람은 수의를 입힌다. (얼마나 슬프고 짧은 시간인가!) 허나 그건 우리한테 그 메아리를 남긴다, 강 위에 떠도는 그걸. ..
독립영양인간1 문헤진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무엇엔가 걸맞은 행동을 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최신 셔츠에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머리를 빗어 넘기지 않아도 좋으리라 먹고살기 위해 뼈 빠지는 일은 유머가 될 것이며 흐느적거리는 새로운 인간들 때문에 분류학자는 할 일이 생길 것이다 붉나무 아래 ..
曲江 두보 一片花飛減却春 꽃잎 한 점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들건만 風飄萬點正愁人 수만 꽃잎 바람에 흩날리니 내 시름겹도다 且看欲盡花經眼 저 수만 꽃잎 내 눈앞에 일순간 스러지니 莫厭傷多酒入唇 몸 상한다고 어찌 술 한잔 마다하겠는가! 江上小堂巢翡翠 강변 작은 집에는 물총새가 둥지를 틀..
꽃사과 나무 그늘 아래의 일 김창균 다산한 여자 같은 저 나무는 많이도 늙었다 몇 차례 온 몸을 쏟고 또 한 배를 갖은 걸 보면 몸통이 들썩일 정도로 숨소리가 크겠다 국적을 옮겨 시집 온 여자가 그 꽃사과 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돌 지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받지만 그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는 없는 일 곰곰 무슨 말을 주고 받았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푸른 말이 붉은 말로 옮겨 가는 일 그늘을 다 건너뛰고 저녁을 맞는 일 꽃사과 나무 아래서 하루를 산다 해도 알 수 없는 일 명명할 수 없는 일. 싹둑 전지한 자국, 욕망을 참은 흔적들만 알아듣는 내밀한 그 일. 시인의 능청을 보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결국에 가서는 엄숙하다 못해 전율이 온다. 사람 사는 일들이 자연의 일과 저토..
자작나무 뱀파이어 박정대 그리움이 이빨처럼 자라난다 시간은 빨래집게에 집혀 짐승처럼 울부짖고 바다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별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들의 상처, 눈물보다 더 깊게 빛난다, 聖所 별들의 운하가 끝나는 곳 그곳을 지나 이빨을 박을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
모란 동백 작시 / 작곡 :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의 버꾸기 울 ~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녁..
세상의 간교한 재주 틀이 있어도 마음대로 고치고 먹줄 두고 굽은 길 따라 가나니 뜻 맞추려고 다투는 일 뿐이어라. 내 우울한 심사 넋 잃고 선 채 곤궁한 때를 혼자 사나니. 이제 곧 죽어서 자취 없어도 어이하여 그럴 수 있겠느뇨. 매가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 않음은 예로부터 정해진 일이어라. 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