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혼잣말 (181)
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미라보다리 기욤 아뽈리네이르 미라보다리 아래 센강이 흐른다 우리의 사랑을 나는 다시 되새겨야만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왔었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 잡고 얼굴 오래 바라보자 우리들의 팔로 엮은 다리 밑으로 끝없는 시선에 지친 물결이..
무덤에는 두목 故人墳樹立秋風 伯道無兒迹更空 重到笙歌分散地 隔江吹笛月明中 고인의 무덤에는 한 그루의 나무와 가을바람 아이 없는 '백도'의 쓸쓸한 자취 다시 허하고 다시 여기에 다다르니 그대와 헤어질 때 생황연주 밝은 달 아래 누군가 부는 강 건너 피리소리.(한승태) ****한학으..
楊叛兒 이백 君歌楊叛兒 妾勸新豊酒 何許最關人 烏啼白門柳 烏啼隱楊花 君醉留妾家 博山爐中沈香火 雙煙一氣凌紫霞 당신은 양반아를 노래하세요 나는 신풍의 술을 따르겠어요 어디가 제일 마음에 걸리냐고요? 그야 백문 밖 버드나무지요 까마귀가 울어 버들 꽃에 숨으면 당신은 취한 ..
콜히쿰 기욤 아뽈리네에르 가을 목장은 독이 들었지만 그러나 아름답다 암소들은 풀을 뜯으며 서서히 중독된다 눈시울과 라일락의 빛깔 콜히쿰이 목장에 피고 당신의 두 눈은 이 꽃을 닮아 그 눈언저리같이 이 가을같이 보랏빛 어리고 내 인생은 그 눈에 서서히 중독된다 아이들이 떠들..
미개의 시 엄승화 튀어오른다. 머뭇거리는 시간의 휘장을 연다. 성년이 된 여인은 건강하고 단순하다. 응시하는 어둠 속 조종은 평화로이 울리고 붉은 정령들의 음악 짐승들은 섭리를 지켜 포효한다. 손톱 부서지고 새들은 알을 쪼아먹고 살찐 땅으로 흐르는 과즙 여인의 젖꼭..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이근화 아침의 공기와 저녁의 공기는 달라 나의 코가 노을처럼 섬세해진다 하루는 세 개의 하루로 일 년은 스물아홉 개의 계절이 있다 나의 입술에 너의 이름을 슬며시 올려본다 나의 털이 쭈뼛 서지만 그런 건 기분이라고 하지 않아 나의 귀는 이제 식..
멀리 있는 무덤 (멀리 있는 빛) - 김영태 유월 십륙일 그대 제일(祭日)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生時)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
3분간의 호수 서동욱 비가 온 뒤 플라자 호텔 앞 도로는 수면이 맑게 닦인 호수 같다 붉은 신호등이 차들의 침범을 막아 서울 한복판에 3분간 딱 켜져 있는 호수 그 위를 잠자리 한 마리가 공중에 필기체를 휘갈기며 날아간다 가는 꼬리에 뽀글뽀글 가득 찬 저..
네 노새 마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노새를 가지고 들로 나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는 검고 키가 크지 노새를 데리고 물가로 내려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가 내 영혼을 앗아갔네. 노새를 데리고 강으로 가는 사내 네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