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10년 12월 10일 오후 흐리고 밤에 비 본문
로르카의 시집 강의 백일몽을 읽고 있다.
야릇한 감각이 느껴진다. 관능적이면서도 미세한 감각들이 서로에게 화답하는 묘한 느낌이랄까, 아주 작은 감각적, 혹은 역사적 편린을 가지고 한 편의 시로 구성해 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해야 하나.
네 노새 마부
노새를 가지고 들로 나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는
검고 키가 크지
노새를 데리고 물가로 내려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가
내 영혼을 앗아갔네.
노새를 데리고 강으로 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가
내 남편.
왜 당신은 저 위 거리에서
불을 빌려오지.
당신의 검댕이 묻은 얼굴에
석탄이 살아 있는데?
이 시에는 자신의 남편을 소개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얼룩빼기 노새와 남편을 소개하는데, 남편이라고 실토하기까지 어떤 특징적인 모습을 점층적으로 고양시켜 가고 있다. 문제는 내 남편이라고 실토하여 긴장이 풀어졌을 때, 마지막 연에서 첫 연과 마주하여 남편의 검은 얼굴에서 뜨거운 불길을 연상시키며 반전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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