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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독립영양인간1 / 문혜진

바람분교장 2010. 6. 11. 14:51

독립영양인간1

 

                                문헤진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무엇엔가 걸맞은 행동을 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최신 셔츠에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머리를 빗어 넘기지 않아도 좋으리라

먹고살기 위해 뼈 빠지는 일은 유머가 될 것이며

흐느적거리는 새로운 인간들 때문에

분류학자는 할 일이 생길 것이다

 

붉나무 아래

도마뱀 한 마리

앞 다리가 뒷다리를 따를 수 없고

몸통이 머리를 가눌 수 없는

눈이 삼백육십 도 돌아가는 대관람차 안구

폐로 흡수한 수분으로 영양분을 직접 얻는

독립영양인간

 

혀는 퇴화해

인생을 말로 때우지 않아도 될 것이며

죽을똥 살았다는 뻔한 성공기는 농담이 될 것이다

해변에서 밀려난 산호처럼 말라 가

대지에 뿌리를 두지 않는

꼬리겨우살이

몰락한 공산당 기관지가 지어낸

허풍인지는 몰라도

언젠가 나는 폐로 빗물을 훕수해

에너지로 바꾸는

독립영양인간으로 진화할 것이다

부작용은 맹독성 오존에 의한 면역결핍

어느 시대나 부작용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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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의 2006년 1월 23일자에 4년 6개월 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서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한 노인이 소개되었다.  이 기사가 시인에게 상상력을 자극하였나보다.

'먹고살기 위해 뼈 빠지는 일은 유머가 될 것이며'

'죽을똥 살았다는 뻔한 성공기는 농담이 될 것이다'

얼마나 유쾌, 상쾌, 통쾌한가! 난 이 구절을 읽으며 정말 울었다. 아, 인간의 생의 조건을 이렇게도 가볍게 돌려놓을 수도 있구나.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아둥바둥할 필요가 없구나, 드디어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몰락하고, 식물같은 세계가 도래하겠구나. 이건 혁명이다. 발상의 혁명! 인류에게 구원의 복음이다. 아담이 에덴에서 쫒겨난 이후 짐지었던 노동의 수고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이런 발상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