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548)
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걸어보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전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신호탄 마을들은 내면의 어둠 속에서 타오른다 농부 여자가 갈베스톤으로 가는길에서 차를 운전한다 누가 저 신호탄을 쏘아 올렸는가 아무튼 너는 문을 열어 놓을 것이며 그리고는 길게 톱질하는 바람이 네 안에 유령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리라 너의 혀 네 목소리의 어항 속 붉은 물고..
박세현 시집_저기 한 사람 일단 그의 시는 유쾌하다. 점잔 빼고 무게 잡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미덕이다. 시라도 한번 웃게 해주고 근심을 덜어준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저기 한 사람이 박세현일 것이고, 그는 자문자답의 혼자 가는 길을 가며,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이며, 또 그..
지난 주에 아니 토요일 아침에 꿈결에 든 생각으로 시 두 편을 썼다. 그 중에 한 편은 수작이란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어제는 최종남 선생의 출판기념회에서 한 잔, 그리고 정균 형하고 한 잔 그리고 걸어서 돌아오는데, 꽤 힘들었나보다.
자화상 서정주 아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 돌아..
서울의 우울4 김승희 타살이라고 할 증거가 없으면 자살로 본다 법의 말씀이다 어느 자살도 깊이 들여다보면 타살이라고 할 증거가 너무 많다 심지어는 내가 죽인 사람도 아주 많을 것이다, 자기 손으로 밧줄을 목에 걸었다 할지라도 모든 죽음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안다 자살..
드라이아이스 송승환 다시 내린 눈으로 바퀴 자국이 지워졌다 찌그러진 자동차가 견인되었다 앰뷸런스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눈물 없이 울던 그녀의 뒷모습 새벽 안개와 함께 지상에서 걷혔다 불을 품은 뜨거운 얼음에 데인 적이 있다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중에 녹아 사라진다 하늘 한..
오빈리 일기 / 박용하 일기 형식을 빌어 쓴 박용하 시인의 첫번 째 산문집이다. 그의 데뷔가 이른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산문집 발행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는 시인의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던 시인에게 일기형식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것이 난중일기였나보다. 그..
사평역(沙平驛) 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