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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_저기 한 사람 본문
박세현 시집_저기 한 사람
일단 그의 시는 유쾌하다. 점잔 빼고 무게 잡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미덕이다. 시라도 한번 웃게 해주고 근심을 덜어준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저기 한 사람이 박세현일 것이고, 그는 자문자답의 혼자 가는 길을 가며,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이며, 또 그는 나일 것이다. 그는 이미 알 거 다 안 노인네처럼 말하기도 한다. 세상은 시시하다고, 그래서 대책 없이 산다고 말이다.
그의 시가 유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어떤 가능성을 본 것처럼 보인다. 또는 시가 혹은 문학이 의미를 상실했다고 말하는 거처럼 보인다. 이재룡이 말하듯 "나 자신이 환기하는 자명성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역사적, 인위적 맥락을 상기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가능성의 저편을 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글쓰기 내지는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나'자신을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1에 패러독스, 자기부정과 갱신의 언어적 형식으로서의 글쓰기, 시 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는데, 그의 시는 그가 사는 사회와 자신의 불가결한 관계를 강조하는 아포리즘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푸코가 그랬듯, 전략적으로 "작품은 이제 오직 말해지는 모든 것을 되풀이하고 이전 되풀이의 힘에 의해 이미 말해진 모든 것을 소거하고 동시에 문학의 본질을 다시 포착하기 위해 그것을 자기에게 가장 가까이 가져오는 하나의 언어로서만 말하게 된"2, [문학의 고고학-미셀푸코 문학 강의], 허경 옮김, 인간사랑, 150페이지"> 것으로 추측된다.
그것은 어른이 아이를 보는 태도이고,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이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높은 곳으로부터 보는 '자기 이중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프로이트가 지적한 유머의 정신태도와 동일하다. 3,이경훈 역, 문화과학사, 2022, 127페이지"> 보들레르에 의하며 "동시에 자기이며, 타자일 수 있는 힘이 존재함"을 그의 시에서 느낀다. 자기의식과 그것에 수렴되지 않는 타자라는 이원적 구조, 자기인 동시에 타자로 볼 수 있는 유머로서 간주하는 의식이 그에게는 있는 것 같다.
맥베스는 마녀가 부여한 예언이라는 필연성이라는 관념, 즉, '의미라는 병'에 들려 살인을 저지르고 왕이 된다. 또 그 의미에 이끌려 자기 의지를 잃어버린 채 파국을 맞는다. '나'라는 의식을 상실하고 일체의 의미를 거절한 남자로서 죽음을 맞는다. 문학에 의미를 부여하는 무수한 예언, 즉, 필연성의 관념이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집의 첫 시는 ‘장수풍뎅이’다. 실제로 그 곤충이 오래 사는지는 모르나 이름이 장수풍뎅이인데, 재즈가게다. 재즈가게는 카페인지, 레코드가게인지는 모르겠으나 옆집 사람에 의하면 본래부터 없는 집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없는 집에 가서 놀고, 사람을 만나고(물론 주인은 늘 만나지 못하지만) 사유한다. 그가 사유하는 일이란 없었던 집을 사유하고 다시 그 집을 허물거나 사라지게 하고,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첫 시는 이후 배열된 시들을 이해하는데, 키워드가 된다. 그의 시는 있는 것도 없는 것도 경계가 불분명한데 없었던 것을 있었던 거처럼 사유하는 전략을 취한다.
주인 없이 그냥 돌아오고 돌아오고 돌아오고
하루는 갔더니 가게가 아예 사라지고 없다
옆집에 물었더니 그런 집은
본래부터 없었다고 전한다
없었던 집이 다시 없어진 것이다
장수풍뎅이_ 부분
장수풍뎅이는 압권이었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없는 거를 있었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거짓말 같지만
문득,나이 마흔의 봄도 어제 온 가을도 별일 없고
하루하루 춘몽일장인지 그건 그렇고
지금 뭐해? 하면 방금 쓴 시를
내 시 어떤지 물어려하여도
시는 설명이 아니다 그냥 그런 게 있다
그러니 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여간 그 사람은 문장강화가 필요한지
작자미상의 그는 중앙도서관에 출근한다
다들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열람실의
거대한 비현실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통영횟집을 나오면서 세상 뜰 때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1.현대문학 2016. 9월호 307페이지 [본문으로]
2.미셀푸코, <문학의 언어 [본문으로]
3.가라타니 고진,<유머로서의 유물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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