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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_서울의 우울 본문
서울의 우울4
김승희
타살이라고 할 증거가 없으면 자살로 본다
법의 말씀이다
어느 자살도 깊이 들여다보면 타살이라고 할 증거가
너무 많다
심지어는 내가 죽인 사람도
아주 많을 것이다,
자기 손으로 밧줄을 목에 걸었다 할지라도
모든 죽음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안다
자살도 타살도
금환일식이다
김승희 <희망이 외롭다>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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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사람들의 '시나브로'코너에는 나 혼자만 시를 소개하는 건 아니다. 다른 분들은 우리 시인들을 소개하기에 나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외국 시를 소개하려고 했으나, 지난 번 소개한 브레히트와 연결되는 시가 있어 우리 시이지만 소개한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에 시의적절했으면 좋겠다.
이 시는 브레히트의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나 타인의 삶이 나와 연계되어 있다고 하는 믿음에 쓰여진 것이다. 두 시 모두 '나는 안다'고 진술한다. 안다. 알아야 한다. 안다는 건 행동과 실천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자질과 노력 같은 미덕도 중요하지만, 이 땅의 풍토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삶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천상천하에 인간은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모두의 책임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그래서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자살도 타살도 모두 자세히 살펴야 할만큼 가려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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