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수몰지구/ 전윤호 본문
수몰 지구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흘러 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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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사라진 몸이 수몰지구가 아닐까? 그러니 이것도 이 세상의 사랑이 아닐 것이다. 이 세상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드러난 사랑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일 것이다. 아니면 표현의 기회를 잃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의 기회를 잃었으니 한 삶에서는 재난이다. 그러나 사랑은 도처에서 피어난다. 사랑에서 구원을 얻고자 하는 것은 또 얼마나 재앙인가! 그러니 숨쉬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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