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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편자 신은 연애 / 장석남

바람분교장 2020. 4. 25. 14:55

편자 신은 연애

 

장석남

 

겨울 나무여 내 발등을 한번 짛어볼래? 달빛아

내 광대뼈을 한번 후려쳐볼래? 흐르다 멈춰버린 얼음장아 내 손톱을 한번 뽑아볼래?

사랑아 낮에 켜진 가로등을 찾아내볼래? 기어코?

 

저녁이 되자 길가의 소나무들이 어두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조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 어쨌다는 거야? 하고 묻노라면 재빨리 이번엔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해주었다던 여인 이야기를 금방 돋는 별빛들도 좀 섞어 말한다 말한다 여전히 어두운 이야기지만 말한다.... 잊을 만하면 으르렁 으르렁대는 한밤의 보일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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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자를 신은 당나귀가 아닌 사랑이면 얼마나 불편할까. 편자는 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일을 시키기 위해 덧씌운 신발 같은 것이다. 그러니 일의 굴레이기도 하겠다. 그러니 사랑도 자연스럽지 않다.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 연인들 중에 사랑에 열중하던 여인이 어는 순간부터 질문을 쏟아내면 의심에 온몸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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