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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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하프타임 / 전윤호

바람분교장 2020. 5. 3. 14:15

하프타임



중환자실에서 수액 주사를 맞으며

혈압이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열이 높더니

축구장에 와 있다

갑자기 쓰러진

전반은 엉망이었다

공격은 패스가 안 되고

수비는 실수투성이

스트레스가 주원인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운이 좋은 겁니다

그나마 버티는 건

온몸으로 막아준 골키퍼 덕이다

의식을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담배도 안 피우고요

사진기자들이 우리 골대 뒤에 줄 서 있는

적지에서 뛰는 경기

매출이 줄면서

거래처 전화를 못 받았어요 대금이 밀려서

절반이 끝났을 뿐이다

후반이 시작되면

공격을 늘릴 것이다

지친 성질 몇과

상태가 안 좋은 인내심은 바꿔야지

넌 지금 죽어야

사십이 넘어서

요절 시인도 안 돼

악착같이 일어나라고

물을 마시고

근육을 주무른다

몸이 가라앉을수록

선명해지는 조명

끝까지 진다는 생각은 안 들어

걱정하지 마

후유증도 없잖아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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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은 왜이리 욕심이 많을까. 인생 오십 넘어서 하프타임이라니. 알겠고 선수교체라는 것도 있잖수. 풀타임 소화하는 건 아마추어나 하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