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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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송학동 1 외 / 장석남

바람분교장 2020. 4. 25. 15:14

강변 살고

 

장석남

 

 

사람들은 모두 강에 가 흘렀다

오래 묵은 상식과 집과 골목을 버리고

가장 깊은 하루를 흘렀다

강변엔 낮달이 걸리고

산 너머 소인이 찍힌 바람이

속속 도착하였다 뿌리가

순결한 나무들이 강심으로 허리를 던지고

자궁을 연 산그림자 사이로

사람들은 굽이굽이 물소리를 풀었다 간혹

피묻은 뉴스들이 자갈처럼 가라앉고

물방울들이 중얼거리며 떠올랐다

모래언덕이 쌀쌀한 햇빛 아래

물은 흘러서 어디에 닿는지 의심치 않고

물소리가 가끔 강 밖으로 나가면 풀잎들은

마른 귀를 적셨다

강변 사는 날 저녁은 귀에

삘기꽃이 자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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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동 1

 

장석남

 

 

계단만으로도 한동네가 되다니

 

무릎만 남은 삶의

계단 끝마다 베고니아의 붉은 뜰이 위태롭게

뱃고동들을 받아먹고 있다

 

저 아래는 어디일까 뱃고동이 올라오는 그곳은

어느 황혼이 섭정하는 저녁의 나라일까

 

무엇인가 막 쳐들어와서

꽉 차서

사는 것이 쓸쓸함의 만조를 이룰 때

무엇인가 빠져나갈 것 많을 듯

가파름만으로도 한생애가 된다는 것에 대해

돌멩이처럼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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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언덕 높거나 많은 동네겟다 송학동은 게단만으로 이루어진 삶들이 모여 사는 그 언덕의 마을은 져녁의 나라겠다. 왠지 쓸쓸한 것들만 모여든 나라같다. 송학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