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하프타임 / 전윤호 본문
하프타임
중환자실에서 수액 주사를 맞으며
혈압이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열이 높더니
축구장에 와 있다
갑자기 쓰러진
전반은 엉망이었다
공격은 패스가 안 되고
수비는 실수투성이
스트레스가 주원인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운이 좋은 겁니다
그나마 버티는 건
온몸으로 막아준 골키퍼 덕이다
의식을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담배도 안 피우고요
사진기자들이 우리 골대 뒤에 줄 서 있는
적지에서 뛰는 경기
매출이 줄면서
거래처 전화를 못 받았어요 대금이 밀려서
절반이 끝났을 뿐이다
후반이 시작되면
공격을 늘릴 것이다
지친 성질 몇과
상태가 안 좋은 인내심은 바꿔야지
넌 지금 죽어야
사십이 넘어서
요절 시인도 안 돼
악착같이 일어나라고
물을 마시고
근육을 주무른다
몸이 가라앉을수록
선명해지는 조명
끝까지 진다는 생각은 안 들어
걱정하지 마
후유증도 없잖아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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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은 왜이리 욕심이 많을까. 인생 오십 넘어서 하프타임이라니. 알겠고 선수교체라는 것도 있잖수. 풀타임 소화하는 건 아마추어나 하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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