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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금낭화

바람분교장 2008. 7. 25. 15:41

   

       

            금낭화  


                            한승태


유월 한낮 어린 딸을 데리고

옛 마을의 山寺로 산책 간다

경내 스피커에선 목탁소리 대신

녹음한 부처 말씀만 또랑또랑 흘러나오고

사천왕 대신

개 두 마리 배 내놓고 낮잠 잔다


햇살은 화엄경 마냥 저리 넓어서

설법 위로 떠도는 자벌레가

무량한 햇살의 반죽을 펴놓고 주무른다

테이프가 멎고 뒤집히는 순간,

거기서 일체가 지겨운 듯 걸어 나와

귀가 들은 세상을 눈이 토해놓는다


저 무료한 세상의 한 끝을 위하여

층층이 내려앉은 계단 틈에 홀로

아주 오랜 종소리 절로 깊어진다



   

현대문학200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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