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오후 한 시 본문
오후 한 시
한승태
강이 흐르고
어느새 工團에서 나온 사내가 서있고
야금야금 먹는 강변을 따라 점심이 흐른다
햇살은 강 건너 강아지풀 앞에 몸을 숙이고
배터진 소파를 삼키는 갈퀴덩굴로 더 집요하다
江岸에는 개구리와 배추흰나비와 개구리밥과 골풀
사마귀 달팽이 물방개 노란점나나니나 호리병벌
그리고 애기부들과 개쑥과 조밥나물이 마구 뒤엉켜
바람의 길목마다
집을 짓는 가시염낭거미의 오후가 푸짐하다
굴뚝 그림자가 오후의 그물을 걷어 올리고
송장메뚜기는 사내 키를 넘어 다니는데
막 부화한 날도래가 날개를 말리고
밤의 허기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대시2003년 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