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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사랑은 언제나

바람분교장 2008. 7. 25. 15:05
 

   사랑은 언제나  

            -사진 이야기3

                        

                                     한승태

그것은 거대한 감옥 또는 사원일 터이다


넝쿨나무 두 그루가

좌우에서 자라 올라 서로를 비끄러매듯

남자와 여자는 키스를 하고 있다

흡사 그들은 두 나무의 뿌리 같다

벽돌이 촘촘히 쌓여진 건물은

한 쪽 면만을 보여 준다 그저 벽이다

그들이 앉은 돌 벤치는 차고 길다

마치 들어가기에 모자라지 않는 관처럼

남자의 서류 가방은 그들과 조금 떨어져 있고

한 쪽 귀퉁이가 위태로워 보인다 그 옆으로 

격자로 된 쇠살문은 벽을 굳게 잠그고

그 곳에서 나온 어둠은 벽면에 정방형의 銃眼을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도처에 입 벌린 사랑처럼 줄줄이 뚫어 놓았다


남자의 나무와 여자의 나무는 한 때

너무 무성하여 벽을 다 덮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실타래 같은 가지들만 벽에 엉켜

서로 머릿속을 파고든다

 

 

 

 

    현대시학200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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