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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본문
사랑은 언제나
-사진 이야기3
한승태
그것은 거대한 감옥 또는 사원일 터이다
넝쿨나무 두 그루가
좌우에서 자라 올라 서로를 비끄러매듯
남자와 여자는 키스를 하고 있다
흡사 그들은 두 나무의 뿌리 같다
벽돌이 촘촘히 쌓여진 건물은
한 쪽 면만을 보여 준다 그저 벽이다
그들이 앉은 돌 벤치는 차고 길다
마치 들어가기에 모자라지 않는 관처럼
남자의 서류 가방은 그들과 조금 떨어져 있고
한 쪽 귀퉁이가 위태로워 보인다 그 옆으로
격자로 된 쇠살문은 벽을 굳게 잠그고
그 곳에서 나온 어둠은 벽면에 정방형의 銃眼을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도처에 입 벌린 사랑처럼 줄줄이 뚫어 놓았다
남자의 나무와 여자의 나무는 한 때
너무 무성하여 벽을 다 덮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실타래 같은 가지들만 벽에 엉켜
서로 머릿속을 파고든다
현대시학200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