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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제 목 : 더 자이언트 (2012) 러닝타임 : 90분 감 독 : 프라파스 콜사라논 고대 힌두신화 라마야나를 원작으로 한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최근 애니메이션에서는 동화를 원작으로 하거나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대세였다. 하지만 <더 자이언트>는 최근 ..
적멸을 위하여 손진은 한적한 산길, 민들레와 소루쟁이 보리뱅이 배뱅이와 함께 서서 부위 가리지않고 먹어대는 한 떼를 본다 반쯤 입 벌린 채 발효를 시작하는 고라니의 샅 금맥인 양 파들어가는 저 떼 현기증 나는 꿈틀거림의 파도는 죽임 불어넣는 가장 숭고한 율동 때로 바람은 코에 ..
부적절한 관계 의사가 문을 닫더니 조심스레 묻는 거다 혹시 최근에 그러니까 뭐랄까 부적절한 관계는 없었나요 의사 양반 지금 적절한 관계도 되질 않아서 찾아온 것인데 부적절한 관계는 무슨! 당최 심이 서지 않는 이유나 속 시원히 밝혀주슈 두어 시간 검사 끝에 의사 처방이란 게 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 굶은 지 사흘째 되는 날 죽은 앵무새가 내 어깨에 앉아 노래했다 옷을 주워 입고 나는 집을 나섰다 내 깃털을 뽑아 글을 써 그러면 돈을 벌 수 있겠지 나는 유명 작가의 집에서 길러진 앵무새야 이것만 완성되면 나는 살 수 있을 거야 어릴 적 해넣은 금이빨을 팔아 ..
시인 김성규 죽은 고기를 삼키는 두루미 목을 부르르 떤다 부리에서 삐져나온 푸른 낚싯줄 흘러내리는 핏물 목구멍에 걸린 바늘을 토해내려 날개를 터는 소리 한번 삼킨 것을 토해내기 위해 얇은 발자국 늪지에 남기며 걸어가는 길 살을 파고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두루미가 운다 김성규, ..
존재하지 않는 마을 김성규 처녀의 시체가 호두나무에서 내려진다 눈 위에 눕혀진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빛난다 이듬해부터 가지가 찢어지도록 호두가 열린다 나일론 줄에 목을 감고 있던 그녀의 뱃속 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죽어간 것을 사내들은 알고 있다 노인들은 손바닥에 검은 물이..
세상 끝의 봄 김병호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 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 깡마른 가..
내가 갈망하는 것은 육체와 정신이 한꺼번에 잊히는 어떤 집중력의 시간이다. 이제 더이상 요절할 기회가 없는 평범한 생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더 사물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내 표피의 감각을 더 벼리고 사물의 그 너머를 보려고하는 투시의 권력을 획득하는 것 나무를 본다 꽃을..
몸이 아프니 생각도 예민해진다 그러니 감각도 예민해질 수밖에 월요일 오전의 목욕탕 천정의 전기불 다 꺼지고 유리블럭으로 복제된 햇살이 들어왔다 몇 안되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것은 쓸쓸하다 어떤 이는 그 오랜 세월동안 심술이 난 것 같고 어떤 이는 오랜세월 욕심만 부린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