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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봄 , 김병호

바람분교장 2013. 5. 10. 11:00

세상 끝의 봄

                    김병호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

 

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

깡마른 가지에 목련이 얹혀 있다

 

여직 기다리는 게 있느냐고

물어오는 햇살

 

담장 밖의 희미한 기척들이

물큰물큰 돋는, 세상 끝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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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짠하다.

한때 너는 등불을 들고 왔으나

이제 너는 세상의 모든 상처와 근심을 안고 떨어지는 자비구나

견습생, 그것도 수녀라니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오호라

꽃이 다 그늘인 시절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