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먼 가을 구릉 같은 본문
먼 가을 구릉 같은
한승태
먼 가을 구릉들이 봉곳하고
구름은 젖꼭지를 세운다
철새들의 길을 황사가 급히 지우고
내몽고의 모래무덤이 통째로 날아온다
온통 비 맞고 돌아온 유년
까맣게 마른 깻섶으로 아랫목을 덥히고
내 배꼽과 성기에서 배어나던
햇볕 졸은 냄새를 따라
낙숫물로 튀어 오르던 너의 생각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자작나무 가지를 두드린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나 일찍이 쫓겨난 알타이 무당
神들의 계곡, 햇살 빽빽하게 들어차
까마귀 소리 자꾸 날 따라오고
사슴뿔에 새겨진 옛사랑의 얼굴도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유심 2007년 여름호 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