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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전윤호 / 수면사

바람분교장 2020. 8. 5. 09:55

睡眠寺

 

전윤호

 

초파일 아침

절에 가자던 아내가 자고 있다

다른 식구들도 일 년에 한 번은 가야 한다고

다그치던 아내가 자고 있다

엄마 깨워야지?

아이가 묻는다

아니 그냥 자게 하자

매일 출근하는 아내에게

오늘 하루 늦잠은 얼마나 아름다운 절이랴

나는 베개와 이불을 다독거려

아내의 잠을 고인다

고른 숨결로 깊은 잠에 빠진

적멸보궁

초파일 아침

나는 안방에 법당을 세우고

연등 같은 아이들과

꿈꾸는 설법을 듣는다

 


가장 아름다운 절을 찾으라면 불법과 해탈에 관계없이 이 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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