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전윤호 / 못난이 감자 본문
못난이 감자
전윤호
아들이 어릴 때
엄마 상 차리는 거 돕는다고
수저를 놓곤 했다
젓가락이 어려워
가끔 머리가 반대로 놓이기도 했다
잘못 놓은 젓가락 한 벌처럼
아내는 나와 반대로 잔다
내가 코를 골기 때문이다
코앞의 맨발은
못생긴 감자 같다
엄지는 너무 크고
새끼발가락은 뒤틀렸다
이십 리 길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녔다더니
일하느라
지금도 매일 걷는다
내일을 위해 거꾸로 잠든
아내를 바로잡을 수 없다
그저 내 감자가 얼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주는 수밖에
주차장에서 취객이 차를 걷어찼는지
경보기 소리가 오래 울었다
산문집_내겐 아내가 있다 중에서
왜 울었는지 물어보지 못할 질문이 있다. 바로 이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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