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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전윤호 / 못난이 감자

바람분교장 2020. 8. 5. 09:50

못난이 감자

 

전윤호

 

아들이 어릴 때

엄마 상 차리는 거 돕는다고

수저를 놓곤 했다

젓가락이 어려워

가끔 머리가 반대로 놓이기도 했다

잘못 놓은 젓가락 한 벌처럼

아내는 나와 반대로 잔다

내가 코를 골기 때문이다

코앞의 맨발은

못생긴 감자 같다

엄지는 너무 크고

새끼발가락은 뒤틀렸다

이십 리 길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녔다더니

일하느라

지금도 매일 걷는다

내일을 위해 거꾸로 잠든

아내를 바로잡을 수 없다

그저 내 감자가 얼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주는 수밖에

주차장에서 취객이 차를 걷어찼는지

경보기 소리가 오래 울었다

 

 

 

산문집_내겐 아내가 있다 중에서

 


왜 울었는지 물어보지 못할 질문이 있다. 바로 이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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