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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짐승의 안쪽 / 박지웅

바람분교장 2020. 7. 4. 09:59

짐승의 안쪽

 

박지웅

 

어수룩한 개는 아무거나 주워 먹었다

쥐약과 건넛산에 놓인 달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빛나는 달이 뒤뜰로 떨어지면 빛처럼 달려갔다

키우던 개와 닭은 주로 화단에 묻혔다가

이듬해 유월 머리가 여럿 달린 수국이 되었다

둥그스레한 수국 머리를 쓰다듬으면

묶인 새끼들이 먼저 알아보고 낑낑댔다

한동안 흙과 물과 바람과 섞여

백수국은 낯가림 없이 옛집 마당을 지켰다

닭이 다 자라면 날개를 꺾어 안고 시장에 갔다

닭장수는 모가지를 젖혀 칼질만 스윽 냈다

닭이 던져진 고무통 속에서 둥둥 북소리가 났다

피가 다 빠진 뒤에야 잠잠해지는 짐승의 안쪽

잠자리에 들 때마다 머리가 핑 돌았다

핏발선 꽃들, 힘세고 오래가던 어지럼들

닭 뼈다귀를 화단에 던져주면

수국은 혈육처럼 그러안고 밤새 핥는 것이었다

 

 

 

모던 포엠 / 2020년 7월호 중에서

 


동물성과 식물성을 연금술사처럼 뒤바꿔놓는다. 뜰 안에 거주하던 것들이 한 가족이라는 것을, 그 가족도 서로의 생명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어수룩한 것들만 모를 뿐, 대개가 눈치채고 살아간다. 집안에서도 좀더 영악한 형제가 있는가 하면 좀 어리숙하여 자기 몫도 빼앗기는 형제가 있지 않은가. 사람 살아가는 곳은 대개가 비슷해서 동물이 나무로 변하든 나무가 고양이로 변하든 보편성을 얻는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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