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신문보는 남자 / 전윤호 본문
신문보는 남자
위성도시로 가는 전철에서
손잡이에 매달려 내일자 조간을 읽는 남자
반을 접어도 옆사람과 부딪치는 정치면을 ...
두 번 읽는 남자 아파트 분양공고 위에
땀방울을 떨구는 남자 최고 발행부수의 권위를 신뢰하고
독설이 강한 사설에 이마가 조금씩 벗겨지는 남자
선거 때마다 고민하면서도
늘상 1번만 찍은 남자 매일 300원짜리 신문을 사면서
중산층이 된 남자 한번도 어제 기사를
다시 읽어보지 않은 남자 종점까지 가서
내일을 구겨 쓰레기통에 처박은 남자
네 컷짜리 만화보다도 볼 게 없는
어딘지 낯익은 남자
시집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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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면서 나와 이어진 모든 아들의 모습이다. 말해 뭣하겠는가! 별볼일 없는 나여! 내일이 없는 나여, 내일이 없어도 되는 나여, 시는 순환선 지하철을 출퇴근하는 수많은 나를 그리고 연민하면서 힐난하고 있다. 씁쓸한 위액이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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