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달맞이 꽃_ 한승태 본문
달맞이 꽃
- 예이츠에게
북두성도 너무 더워
밤늦은 개울가에 몸 씻으러 내려올 때
나 들꽃 만발한 개울가로 내려갔지
더위보다 비탈진 내 청춘의 울혈 멈추지 않아
상여막 아래서 웃통을 벗어젖히고 짐짓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댔지 멀리서만
반짝이던 반딧불이 놀라 부산히 날아오르고
황망히 바람자락을 거두어들일 때
우연히 늦은 한 선녀를 만났지
젖은 발이며 파닥이던 가슴에 놀라
나는 그만 냇물에 몸이 빠져서
그 여린 옷자락을 놓치고 말았지
아쉬운 평상 위에 앉아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늘을 우러렀지
그때 가슴의 궤적을 따라 예리한 통증이 있은 후
달의 목소리를 지닌 내 이름을 들었지
어렴풋한 별빛이 메아리가 되어
빛나는 어둠
공기 속으로 사라져갔지
지게 버려두고
험난한 계절에도 관계없이
그대 간 곳 찾아 가리
마침내 젖은 향내 뚝뚝 떨구어지고
행성의 순환이 다할 때까지
나, 라는 이 뜨거운 불덩이를 다스려주는
<공정한 시인의 사회>2016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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