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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 / 한승태 본문
천사의 나팔
청개구리 나발 불고 소낙비 그친 저녁은 여름
치정과 복수에 이어 흙냄새를 전염시키는 세간이여
그대에게 용서를 구할 시간이다
사도使徒가 이끌고 당도하는 천국의 때깔과 향기
마감 기사와 저녁식사를 함께 해결하는 오늘
내 오랜 절망도 결국 사랑으로 끝나리란* 속삭임도
평화로운 꽃말이 황량하게 젖고 있는 식당
한때 무덤덤했던 평화는 태풍이 오기 전의 전주前奏
접시에 내놓은 사과가 저녁 공기에 색이 변하는 동안
지상에는 초록이 하늘에는 새로운 형상의 구름이 점령하고
어제 죄를 진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더라도
내일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묵시默示의 하늘
젊음이여, 눈꺼풀을 내리지 마라
다 쓸고 갈 거다 초록과 구름이 대홍수처럼
심판이 오고 노을이 지고 설령 구원을 약속받더라도
개밥바리기별은 내 목에서 여전히 사금파리겠다
* 예이츠 시 <사랑하는 이가 사랑을 잃고 구슬퍼하네> 중에서
계간 <시와 사람> 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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