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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우물

바람분교장 2008. 10. 4. 16:44

오래된 우물




기린도 운다는 계곡 밤바람은 깊어서

무너져 내린 간장 항아리 두어 개

밤나무 아래 우물이 하나

수척한 눈이 하늘을 껌벅이고

별은 떨어지며 요령소리를 낸다


제사장의 촛불에만 몸을 허락했을

고분벽화처럼 손길 지워진 곳에서

바스러지는 순이, 너의 뒷모습을 본다

갑자기 들이닥친 햇살에

野生이 어수선하다 시시각각

사라져 가는 물 주름 소리를 들으며


비바람과 햇살에 몸을 부빈 마애석불처럼

코 떨어지고 팔다리 떨어진, 

너무 환해서 보이지 않는 너는

내 전생의 애인이었던 것이다

 

<시로 여는 세상>200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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