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바닷가 그 모래밭 본문
바닷가 그 모래밭
한승태
서둘러 시집갔던 너의 무덤도
바다를 닮아 드넓어질 때
동해의 등껍질 속에서 목을 내밀며
청동빛 무거운 생애는 던져두고
몸만 빠져 나오는 前生들
주저하는 마음의 어느 날 저녁
한층 어두워지는 바위의 날들
먼 수평선을 끌어다 별빛 속에 던져두면
열렸다 닫히곤 하는 바다의 심장 가운데
한가득 고이는 고백의 심연에 주절거리다
의지해왔던 별빛도 이름도
가슴에 품은 바윗돌도 바스러지고
한때 한류와 난류가 차례로 드나들어
검은 해초가 간간이 발목을 감아 오르고
일찍이 소화되지 않은 사랑의 때깔과
버림받은 것들만 보듬어대는 파도
때로 주저앉은 이 자리에도
멸치 떼처럼 다시
난바다가 몰려오기도 할 것인가
우리시 2007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