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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죽은 가수의 노래

바람분교장 2008. 10. 4. 16:46

죽은 가수의 노래

            - K에게



지친 어깨를 가누는 그대 

청평사엘 다녀왔다 배후령을 넘으며

죽은 가수의 노래를 들었다 그대

지나온 계곡에는 놀다온 자리가 있고

목청껏 불렀던 청춘은 계곡의 곡조를 따라가고

바람이며 햇살로 밝아지는 돌탑과 모래무덤들

한가락 올라가다 늘어지는 진혼제나 49제처럼

나의 서른 즈음은 무료하고 시시했으나

그 무렵에는 모두 것이 다 그러했고 겉늙어서

그대를 만나온 길도 그러했을 터인데

혼자 홀짝이는 맥주 같은, 그럼에도 사랑이여

서성이다 돌아왔다는 사소한 말은 하지 않았다

슬로우 동작으로 돌아보다 멈춘 듯한,

애를 안고 뒷자리에 앉아 구겨진 생애가

서둘러 접어두었던 앨범처럼

말하지 못하고 그때 늙어버린 나의 햇살은

흐릿하고 꾸깃꾸깃한 흑백 사진 위로

봉분처럼 내려쌓이는 것이다

 

 

 

<시로 여는 세상> 200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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