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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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한승태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 오고
성근 별들은 입술만 깨문다
맨발로 당신에게 갔었나 보다
그 캄캄한 얼굴 저쪽, 가마니 밖으로
빚보증으로 풀어헤친 질긴 어둠
창백한 한쪽 발, 상처 난 달이 보였다
목울음을 가린 가마니 위로
달빛은 백지어음처럼 창백했다
동리 사람들은 문을 고쳐 닫고
보증에 서로 연대하여 돌아앉은 산, 너머
별똥별처럼 사라져 갔다
여인은 자꾸 상처 난 달만 보듬었다
보듬을수록 빛나는 월사금도
무슨 얘길 들었을까 누나는 물풀처럼
처억처억 다리에 와 감기는,
가위에 눌릴 때마다 흔들리는 측백나무 울타리
그는 家長이었을까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