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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달맞이꽃

바람분교장 2008. 7. 25. 16:27
      달맞이꽃  


                   한승태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 오고

성근 별들은 입술만 깨문다


맨발로 당신에게 갔었나 보다

그 캄캄한 얼굴 저쪽, 가마니 밖으로

빚보증으로 풀어헤친 질긴 어둠

창백한 한쪽 발, 상처 난 달이 보였다

목울음을 가린 가마니 위로

달빛은 백지어음처럼 창백했다


동리 사람들은 문을 고쳐 닫고

보증에 서로 연대하여 돌아앉은 산, 너머

별똥별처럼 사라져 갔다


여인은 자꾸 상처 난 달만 보듬었다

보듬을수록 빛나는 월사금도  

무슨 얘길 들었을까 누나는 물풀처럼

처억처억 다리에 와 감기는,

가위에 눌릴 때마다 흔들리는 측백나무 울타리

그는 家長이었을까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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