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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이깔나무 숨 속

바람분교장 2008. 7. 25. 16:01

  

     이깔나무 숨 속  


                    한승태


오줌이 마려웠다

451번 지방도와 31번 국도가 만나는

아홉사리재 인적 없는 국유임도를 따라

무작정 들어선 나무들의 숨 속

키 작은 떡갈나무와 개암나무 길섶으로

드문드문 팔은 움츠렸지만

발끝은 부드럽고 아스라이 소로는 이어졌다


수직의 나무 끝에 소곤거리는

수북이 쌓여 햇살이 되고 노래가 되고

둥글게 풍화되는 숲

문득 길을 감추는 이깔나무 숨 속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떡갈나무와 개암나무에 늘어진

탱탱한 오줌보와 구부러진 시계 초침을 따라

저 멀리 내가 걸어온 길에는

주저앉은 바퀴와 급한 용무가 있고

아내와 딸이 차례차례 있는 것이다

 

 

 

 

현대시 200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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