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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열차에서

바람분교장 2008. 7. 25. 15:57
     열차에서


                   한승태


군용열차 뒤로 풍경이 달린다

기차 속의 나는 풍경처럼 너를

생각한다 너무 쉽게 해버린 말을

강촌 출렁다리 아래 물결을 푸른 군복을

심지어는 손톱이 자라고 때가 낀 것까지도

의문이 간다 왜 일까?

너와 이야길 하며 왠지

불안하고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이야길 피하며

하릴없이 웃음만 흘리고

네 얼굴을 피해 땅거밀 잡고

돌멩이가 새삼스럽다는 듯 만져보고

무엇일까? 네 얼굴을 보면


뒤로만 뒤로만 달리는 풍경처럼


무량한 햇살만 천지를 덮치고

너의 더운 가슴속을

열차가 거미줄처럼 달리고

변명하듯 너의 얼굴을 훔쳐보며

또 다시 바보 같은 웃음만 흘리고

목울대를 삼켜내던 말들의 새김질이,

기적소릴 들으며 뚝 뚝 끊어지고

내 자신을 의심한다





199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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