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열차에서 본문
열차에서
한승태
군용열차 뒤로 풍경이 달린다
기차 속의 나는 풍경처럼 너를
생각한다 너무 쉽게 해버린 말을
강촌 출렁다리 아래 물결을 푸른 군복을
심지어는 손톱이 자라고 때가 낀 것까지도
의문이 간다 왜 일까?
너와 이야길 하며 왠지
불안하고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이야길 피하며
하릴없이 웃음만 흘리고
네 얼굴을 피해 땅거밀 잡고
돌멩이가 새삼스럽다는 듯 만져보고
무엇일까? 네 얼굴을 보면
뒤로만 뒤로만 달리는 풍경처럼
무량한 햇살만 천지를 덮치고
너의 더운 가슴속을
열차가 거미줄처럼 달리고
변명하듯 너의 얼굴을 훔쳐보며
또 다시 바보 같은 웃음만 흘리고
목울대를 삼켜내던 말들의 새김질이,
기적소릴 들으며 뚝 뚝 끊어지고
내 자신을 의심한다
199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