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高士觀水圖 본문
高士觀水圖
-조선시대, 강희안
한승태
나는 숲으로 간다
몇 번 멧부리와 만나고
손목과 발목에 와 감기는 풀잎 속으로 간다
나무나 풀들은 무심히 귀를 열어놓고
나의 발걸음을 받아 적는다
바람소리가 가깝다
달과 별이 써늘하다
숲이 뭐라고 뭐라고 속삭이는 거미줄
내 심장의 급한 여울을 걸러낸다
선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를 한없이 풀어놓는 저 나무들
나를 한없이 흘려버리는 저 바람들
나를 한없이 돌려세우는 저 가시 풀들
생채기는 깊고 환하다
달빛은
내 목울대까지 차랑거리다
내장을 훑고
지나는 여울목마다
달과
나무와
바람
그리고 노래와
선비의 뒷모습만 보여준다
이상하고 조용한 숲이다
폭포는 후렴으로 떠돌고
나는 아직 구름바다의 이정표를 찾는다
현대문학 2002년 6월호